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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areer_#fashion editor

<MUINE>2018 7월호 Trend-2018 Pre-fall

Reasonable Autumn

여름과 겨울 사이를 잇는 가을의 물리적인 시간은 짧아지고 있지만, 디자이너들의 가을은 다채롭고 강렬하다. 이번 프리-폴 컬렉션의 다양한 비주얼을 통해 미리 가을을 경험해보자. writer 이정은

한 시즌을 앞서 선보이는 패션 사이클에 반기를 드는 것은 물론, 컬렉션을 선보이기 전부터 캠페인을 통해 룩을 선공개하고 프리 오더를 진행하며 런웨이가 공개되는 순간부터 배송하는 시스템의 버버리의 파격적인 행보는 런웨이와 리얼웨이의 간극을 좁히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브랜드들은 소수의 패션 관계자가 아닌 글로벌 고객과의 호흡을 위해 눈에띄는 변화를 보였다. 유수의 패션 레이블들이 프리폴 컬렉션에 공을 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S/S컬렉션과 F/W컬렉션, 리얼웨이와 런웨이의 극명한 경계를 허물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에 있어 프리폴 컬렉션은 가장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 아닌가. 메인 컬렉션에 비해 실용적이고 웨어러블한 룩으로 구성된 프리폴 컬렉션은 리얼웨이에서 단연 각광받는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즌 프리폴 컬렉션의 쇼잉 방식은 소비자들의 테이스트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채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먼저, 간결한 톤앤매너의 룩북 형태로 이번 시즌 프리폴 컬렉션 비주얼을 공개한 넘버21, 발렌시아가, 디올, 보테가베네타의 경우, 과하게 세팅하지 않은 베어한 헤어 메이크업의 모델들을 통해 룩의 실루엣이 한 눈에 드러나는 직접적인 전달 방식으로 가장 베이식한 프리폴 컬렉션 씬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전달 방식은 물론 간결하지만 ‘이 옷은 이렇게 레이어드할 것’, ‘이 룩에는 이 백과 슈즈를 매치할 것’ 하는 식의 치밀하게 계산된 디자이너의 가이드 북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표정과 포즈를 제한한 모델의 담백한 루킹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오롯이 룩에 집중하게 하는데, 이를 영민하게 이용한 것. 한편, 반짝이는 소재의 의상들, 움직일 때마다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보여주기 원하는 디자이너들은 이세이 미야케나 마리 카트란주처럼 움직이는 모델의 뒷모습을 보여주거나, 의상의 디테일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식의 위트를 더했다.  메인 컬렉션만큼 런웨이에 공을 들이는 디자이너도 빼놓을 수 없다. 상하이 전시 센터로 프레스를 초대한 막스마라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 리우 웨이가 세운 가상의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아트 퍼포먼스를 만들어냈고, 다양한 소재와의 결합, 입체적인 실루엣으로 완성된 막스마라 프리폴 컬렉션을 선보이며 웅장한 리우 웨이의 작품과 함께 장관을 펼쳐 보였다.  코치는 프리폴 컬렉션은 뉴욕 피에르94에 위치한 거대한 스튜디오를 탈바꿈한 넓은 광야에서 선보였는데, 미국의 우주 탐험과 로켓 발사, 행성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담은 룩과 함께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었다. 모나코, 팜스프링스, 리우 데자이루 등 세계 곳곳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는 루이 비통은 이번 프리폴 컬렉션을 통해 웅장하고도 실용적인 파리 여성의 루킹을 담은 비주얼을 공개했는데, 탁 트인 전경과 건축적인 모티프가 더해진 로케이션은 다름아닌 마이애미 비치에 위치한 주차장. 니콜라 게스키에르는 이 곳에서 모델의 현장감있는 사진을 담아냈다.  역동적인 모습을 포착하는 데 있어서는 단연 사진보다는 영상의 영향력이 크다. 프리폴 컬렉션을 공개하는 데 있어 쇼트 필름을 적극 활용한 디자이너도 눈길을 끈다. 특히, 구찌는 자연과 동물을 모티프로 한 미켈레식 판타지를 표현한 이번 프리폴 컬렉션을 위해 글렌 러치포트가 제작한 영상을 소개했는데, 런던의 마일드메이 클럽의 화려하고 컬러풀한 댄스 홀을 배경으로 한 다이내믹한 씬을 담았다. 영상 공개와 동시에 구찌의 온라인 숍에서는 심플한 룩북 형태의 비주얼을, 독점 판매되는 도버 스트리트 마켓 온라인을 통해서는 제품 컷까지 다양하게 보여주며 시각 선택의 폭을 넓혔다. 모델과 인플루언서를 넘어, 패션 디자이너로도 두각을 드러내는 알렉사 청도 역시 영상을 통해 프리폴 컬렉션을 공개했는데, 마이크 스키너의 뮤직비디오 ‘In My Head’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번 프리폴 컬렉션 제품을 착용한 알렉사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각기 다른 비주얼과 표현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프리폴 컬렉션은 올 가을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기도 하다.